[동아리 이야기] 동네를 그림으로 담는 <스케치여행>

스케치, 마을을 돌아보다

 

“깔아!”

하루의 짧은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누군가 외친다. 그러면 서둘러 그날 그린 각자의 스케치북을 한데 모아 바닥에 주욱 늘어놓는다. 그리고 서로의 그림에 아낌없는 칭찬과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부산스럽게 사진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스럽게 그날의 여행을 마감한다. ‘스케치여행’이란 이름으로 동아리를 만든 지난 2014년부터 매주 빠지지 않는 우리의 작은 의식이다.

 

‘스케치여행’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감상하고, 그곳의 역사와 이야기를 찾아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는 동아리다. 오래전부터 익숙했던 장소든 요즘 핫하게 뜬다는 장소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그림으로 그려왔다. 익숙하거나 낯설거나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늘 새로운 면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대상을 자세히 애정을 담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장소든지 늘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다. 같은 장소를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그려내는 그림들을 모아놓고 감상하는 즐거움도 굉장하다.

그런 이야기와 그림을 우리만 보기 아까워서 여러 이웃들과 공유하는 일들도 꾸준히 해왔다. 서울 시내의 여러 갤러리나 카페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열기도 하고, 지역축제에 참여하여 주민들에게 우리의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을방송으로 그림과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했고 작년엔 책도 만들었다.
주제도 다양했다. 서울의 깊은 역사가 담긴 장소를 찾기도 하고, 서울 도성을 몇 달에 걸쳐 돌아보기도 했다. 대학을 주제로 그리기도 했고, 도서관을 주제로 그리기도 했고, 혹은 인물이 주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을 맞아 우리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주 가보지 않았던 동북권 마을들을 돌아보고 그것을 아카이빙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이곳 마을들을 돌아보며 우리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조금은 여유롭고 투박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마을의 모습이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와 겹쳐지는 듯했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런 즐거운 여행을 붓과 스케치북과 함께 하려고 한다. 🙂

 

– 스케치여행 홍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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