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이웃] 을 소개합니다.
성북구립미술관 가는 길, 오목한 자리에 거리갤러리가 있습니다.
길 아래쪽에 작게 위치해서 동네 사람들도 잘 지나지 않던 곳에 2년째 꽃길을 가꾸고 집에서 키운 꽃과 화초로 마을정원번개장터를 열어 나눔 하는
‘성북동이웃’의 김명 선생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성북동이웃’은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의미가 있나요?
김명 : 처음 마을계획단이라는 성북동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 모임이 2년 후에 사업종료로 해체되면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하여 이름을 공모했어요. 우리는 성북동에 사는 이웃들이니까 ‘성북동이웃’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 성북동이웃이 거리갤러리에서 여는 마을정원번개장터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열게 되셨나요?
김명 : 옛날 장터에 가면 동네 사람들이 친구들 얼굴 한 번 보러 나오는 그런 ‘소통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지요.
정원이 있는 거리갤러리에서 물물 교환하고 소소하게 만나는 장소로요.
거리갤러리가 성북동 끝에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잘 모르고, 모이게 되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그래도 주말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과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 거리갤러리에 꽃길을 가꾸고 나서 사람들이 지나는 길이 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명 : 전보다 웅성웅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뭐 하는 거지?’ ‘자기들 좋아서 하는 거지’ 하셨던 마을 분들도 이제는 ‘꽃을 심네.’ ‘누가 심는 거지?’ 이렇게 관심으로 변했죠.
그리고 ‘여기가 거리갤러리래’ 하고 지나는 분들이 ‘거리갤러리와 성북동이웃’을 알게 되셨고요.
* ‘성북동이웃’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유지하도록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김명 : 제가 이 활동을 하게 된 계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우연히 마을계획단에 들어갔고, 봉사하다가 ‘공유부엌’을 여러 사람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친구들 또는 형제들과 꿈꿨던,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 음식을 같이 해 먹는 이야기가 아이디어로 채택되었고, 3년 연속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유부엌에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도시농업까지 배우게 된 거고요.
재료를 유기농으로 산다고 해도 결국은 자신의 먹거리는 한가지라도 심어 먹었으면 했어요. 그게 로컬푸드이고 나아가 여러 품종을 조금씩이라도 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먹거리이고 너무 중요한 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요즘 1인 가구가 많아지고 비혼, 혼자 사는 세대, 독거노인 등이 40% 가까이 되면서 시간을 들여 발효된 전통음식을 해 먹기는 힘들고,
인스턴트나 회사표 재료들을 사 먹게 되는데, 제대로 만든 재료나 음식도 있지만, 아닌 것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내가 알지 못하면 우리 전통음식들이 왜 좋은지도 모르고 후대에 물려줄 수도 없게 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된장이나 고추장을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공유부엌에서 함께 만들고 필요한 만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안 되는 사람들은 사가고, 이웃과 나눔하는 일과 우리 전통발효음식이나 먹거리를 유지하고 먹고 알리자고 생각했고 많은 분도 공감했어요.
바른 먹거리가 기본이 되어야 행복하지 않겠어요!
농사를 배우고 ‘어디다 심지?’ 땅이 없어서 여기 거리갤러리에 꽃도 심고 먹거리도 심어야겠다 했지요.
토란과 허브, 작두콩도 심어 함께 나누어 먹어요.
공유부엌 시작한 지 3년 후 마을계획단이 종료되면서 이런 사업도 할 수 있겠구나.
마을계획단에 참여하면서 예산사업을 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한 거지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산을 받아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보자고 했고 마을계획단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힘이 되어준 거죠.
관이 주체가 되었지만, 마을계획단이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하였어요.
예산사업을 통해 자원봉사 하는 계기도 되고 사업에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어요.
몰랐던 세계를, 제가 좀 알게 된 거죠.
* 성북동이웃이 다른 곳에서 롤모델로 알려지면 다른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이고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 열려 있나요?
김명 : 네, 누구든 환영합니다. 언제나 열려 있으니 오십시오. 예산만 받아서 꽃을 심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면 나에게 국화가 생겼어요. 아니면 길을 가다가 산수유나무나 목련 등 전지한 나무가 있거나,
삽목(식물을 꺾어 흙 속에 뿌리내림) 가능한 식물이 있으면, 회원분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거리갤러리에 나눔을 하기도 하고
가져간 회원분은 꽃들의 변화와 이야기들을 SNS에 올리면서 소통을 해요.
최근에는 판매할 국화가 바람에 쓰러져서 꽃집에서 무료나눔 해 주셨어요. 부러진 가지를 자르고 다섯 묶음으로 만들어 회원들과 나눴지요.
물론 직접 가져가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배달도 해드렸어요. 꽃으로 마을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돈 안 들이고 나눌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아요.
이런 일들이 따스하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먹는 것도 그렇지요.
좋은 생각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는 회원들이 있으니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한 경험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명 : 첫째는 가족 같은 이웃을 만난 거예요.
함께 한 지도 5년, 7년 정도 됐으니까 가족 같은, 친구 같은 이웃들이 많아졌으며, 주민들과 함께 애쓰고 노력한 결과로 아름다운 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된 일이라 생각해요.
* 공유부엌이 공유정원이 되었어요. 훨씬 확대되어 보입니다. (웃음)
김명 : 공유부엌도 하면서 행복한 일들이 많았어요. 성북구청에서 예산사업으로 우수상을 탔거든요. (웃음)
일하면서 최고 좋았던 일은 우리가 좋아서 한 일인데, 함께 한 회원분들을 비롯해 동네의 많은 사람을 알게 된 점이지요.
지나가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알아가면 더 따뜻한 성북동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어르신 중에 ‘저걸 얼마 동안이나 가꿀 수 있겠어. 못해 못해’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많이 힘드니까 걱정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2년째 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고개를 끄덕끄덕 긍정의 메시지를 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좋고 기쁜 것 같아요.
모두가 좋겠지 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제 자신이 힐링 되더라고요. 더불어 참여하고, 이용하는 주민들께서도 너무 좋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니,
성북동이웃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힘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했고, 아주 재밌는 일이 정원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 김명선생님과 대화하니 활동을 하면서 회원, 마을 사람들의 변화도 설명 중에 드러납니다.
이렇게 원활하게 5년에서 7년 ‘성북동이웃’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명 : 좋은 점만 보고 이야기하고 뒷이야기를 안 해서가 아닐까요.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다 보니, 생각도 연령대도 다양하거든요.
사업에 중심이 되는 참여자가 40대부터 70대까지 있어요. 조율이 어떻게 보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데, 모두 열심히 돕고 일하세요.
이웃으로 지내며 오랜 시간 동안 사업을 함께 하면서 웬만한 일들은 서로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어쨌든 뒷이야기나 다른 불만들을 말하지 않으세요. ㅎㅎ.
어쩜 지금까지 모임을 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 꽃을 보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봄에 피는 꽃이 따로 있고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른 것처럼 사람도 그런 시각으로 보셔서 모두의 아름다움의 다름을 느끼신 것 아닐까요. (웃음)
활동할 때 회원분들이나 주변 분들의 만족도는 어떻다고 생각되시나요?
김명 : 설문을 조사해보니, 사람들은 거리에 꽃길을 가꾸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어요.
‘여기가 예뻐져서 더 좋아요.’하시거나, 회원이 되겠다는 분들도 있어요. 마당이 있는데 식물을 잘 몰라서 배우겠다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만족도가 120%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꽃길을 가꾸고 마을 분들이 ‘예전에는 여기로 지나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지나가고 싶다’고 하시기도 해요.
거리갤러리에 꽃 심기는 한 번에 바꾸지 못하고 마을정원사와 회원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어요.
대부분 회원들이 일을 하고 있어서 한 명, 두 명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보니 여기를 찾는 분들이 어느 날 왔더니 확 바뀐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서 좋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녹지과에 거리정원에서 뽑아 버려지는 식물이 있다면 저희에게 주세요 했어요. 수선화를 뽑아내기에 ‘저희 주세요.’ 했지요. 묻어 두면 내년에 다시 나는데… 너무 아까워서.
* 성북동이웃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김명 : 계획이 없어요(웃음)
* 마켓을 올해 두 번 하신 거잖아요. 봄에 한 번 했다고 하셨고
김명 : 세 번이에요 본래. 한번은 하려고 현수막도 걸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고, 식물장터만 예약을 받아 무인점포로 진행했어요.
판매상품을 온라인에 올리고, 예약신청, 온라인 송금, 픽업하기로요. 모든 것은 회원 단톡방에서 이뤄졌어요.
* 성북동이웃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김명 : 사랑이 넘치는, 행복이 넘쳐 이웃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
꽃 가장 잘 아는 회원분이 말씀해주신 행복이 넘치는 집이 있잖아요.
행복이 가득한 집이 아니라 행복이 차고 넘쳐서 이웃도 행복하게 만들자.
성북동이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이웃도 행복한 성북동이웃’
* 거리갤러리에 꽃을 가꾼 지 내년이면 3년째가 된답니다.
봄이 오면 흙 속에 잠자던 알뿌리와 숙근초가 번져서 새싹이 돋고 꽃들로 넘쳐나는 것이 성북동이웃에서 활동하는 김명선생님의 꿈이랍니다.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며 미소가 머물 성북동이웃과 인사를 나누게 될 또 다른 이웃들이 생기겠지요.
꿈이 가까워집니다. 마을에 행복이 넘쳐흐릅니다.
당신이 속한 커뮤니티는
성북에서 나 자신만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이 아닌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고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인터뷰는 성북구 생활문화 활동가 옥수남 선생님이 진행하셨습니다.